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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찾지 못했고,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다… 수면 아래 70년의 핵 억지
  • 김대영 기자
  • 등록 2025-12-12 16:56:08
  • 수정 2025-12-16 20: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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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해양의 가장 깊은 곳에서 미국 해군의 전략원잠(SSBN)은 오늘도 침묵 속 순찰을 이어가고 있다. 이 보이지 않는 전력은 지난 약 70년 동안 대규모 분쟁을 억제해 온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전략 자산으로 평가된다.


1960년, USS 조지 워싱턴호에서 최초의 폴라리스(Polaris)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발사된 이후, 미 해군의 함대 탄도 미사일(FBM) 프로그램은 핵 삼각축 가운데 가장 생존성이 높은 해상 기반 억지력을 뒷받침해 왔다. 수면 아래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이 전력은 ‘발견되지 않는 것’ 자체가 억지력으로 작용해 왔다.

FBM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1955년 냉전의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해군 작전사령관이었던 알리 버크(Arleigh Burke) 제독은 기습 핵공격을 견딜 수 있는 억지 수단 개발을 지시했다. 요구 조건은 명확했다. 신뢰할 수 있고, 탐지되지 않으며, 즉각 대응 가능한 전력이었다.


록히드 마틴 FBM 프로그램 부사장 에릭 셔프(Eric Scherff)는 “록히드 마틴은 70년 동안 미 해군의 함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해 왔다”며 “우리는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과 헌신을 바탕으로, 힘을 통한 평화를 유지하는 억지력의 유산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결책은 원자력 잠수함이었다. 당시 록히드 항공기 회사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던 잠수함발사 미사일 개발에 도전했고, 계약 체결 후 불과 5년 만에 폴라리스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실증했다. 이는 전략 무기를 수면 아래에서 발사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순간이었다. 이후 록히드는 캘리포니아 미 서니베일에 전용 개발 거점을 구축하며, 60년 이상 6세대에 걸친 SLBM 개발을 이어왔다. 현재 FBM 프로그램은 차세대 억제 체계를 위한 현대화된 시험·개발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FBM 프로그램은 세대를 거듭하며 억지력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폴라리스 A1: 잠수함발사 능력 최초 확보, 폴라리스 A3: 다중 재진입체(MRV) 도입, 포세이돈 C3: 정확도 향상 및 탄두 수 증가, 트라이던트 I C4: 사거리 확대로 전 지구적 타격 능력 확보, 트라이던트 II D5: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와 위력, D5 수명 연장(D5LE): 항전 장비 개량으로 2040년대까지 운용 지속. 셔프 부사장은 “차세대 억제 체계는 모두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멈추지 않고 진화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의 전략 환경은 1960년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쟁국들은 핵전력을 현대화하고,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며, 잠수함 전력을 증강하고, 사이버 공격 능력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FBM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는 스텔스성과 지속성이다.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작전이 가능하며, 상시 대비 태세를 유지한 채 탐지가 극도로 어렵다. 셔프는 이를 “궁극적인 보험 정책”이라고 표현했다. “이 시스템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적들이 대비할 수 없는 위협이 된다”며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침략의 대가를 감당할 수 없게 만드는 억지력”이라고 말했다.

FBM 프로그램의 기술적 진화는 수작업 설계에서 디지털 엔지니어링으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초기에는 손으로 그린 설계도와 수제 하드웨어에 의존했지만, 오늘날에는 디지털 트윈,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MBSE), AI 기반 검증이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 프로그램 베테랑 엔지니어 찰리 반트(Charlie Barndt)는 “도구는 바뀌었지만, 장수명과 생존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설계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록히드 마틴은 미 해군을 위해 트라이던트 II D5 수명 연장 2(D5LE2)와 차세대 Mk7 재진입체계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 업그레이드는 해상 기반 핵 억지력을 2080년대까지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셔프는 “여러 면에서 1955년과 같은 출발점에 서 있다”며 “다음 세대에도 유효한 억지력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전략원잠에서 첫 미사일이 발사된 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FBM은 ‘발사되지 않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남아 있다.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이어지는 이 억지력은 오늘도 세계 질서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방패로 작동하고 있다.

출처 https://www.lockheedmartin.com/en-us/news/features/2025/70-years-the-submerged-shield-keeping-america-safe.html

K-DEFENSE NEWS | Strategic Analysis 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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