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라이칭더(賴清德) 총통이 26일 연설에서 “베이징이 2027년을 목표로 대만 무력 통일 준비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공개 경고하면서, ‘2027 무력 통일론’이 대만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수사로 보일 수 있으나, 대만 내 전문가들은 “2027년은 미국·중국·대만 삼각관계가 교차하는 전략적 분기점”이라며 임의로 등장한 숫자가 아니라고 분석한다. 대만이 처음으로 이 위험 시점을 공식 국방 정책의 근거로 채택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미국 전략 커뮤니티에서 처음 제기된 ‘데이비슨의 창’
‘2027년’이라는 시점은 미국에서 먼저 제기됐다. 2021년 필립 데이비슨 당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향후 6년 내(2027년 전) 대만 침공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데이비슨 윈도우(Davidson Window)’다. 이어 CIA 윌리엄 번스 국장 등 고위 정보 관계자들도 “시진핑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능력을 갖추라고 지시했다는 정보가 확인된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미국 학계는 “전쟁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해방군이 ‘전쟁 선택 옵션’을 확보하는 시점임을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트럼프 복귀와 고립주의… 중국의 ‘오판 유도’ 될까
2027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반부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경시·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미 의회가 내부 정치 갈등으로 혼란을 겪을 경우 미국의 개입 의지가 약화되는 ‘전략적 공백기’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워싱턴이 고립주의 신호를 내보이면, 베이징이 이를 ‘미 개입 최소화 시점’으로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이 무력 통일을 ‘저비용·고효율’의 기회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매우 위험한 변수다.
중국군에게 2027년은 상징적 의미도 크다. 중국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이자 시진핑이 설정한 군 현대화 3단계 로드맵의 핵심 단계이다. 세번째 항공모함 ‘푸젠함’ 완전 작전화, 075/076형 대형 상륙함 전력화, J-20, J-35 스텔스 전투기 대량 배치, 신형 무인기·무인수상정·신형 전차 전력 완성, 양안 상륙작전 훈련의 성숙 단계 진입한다. 특히 1979년 이후 대규모 실전 경험이 없는 해방군 내부에서 ‘승진 정체’가 누적되며 전쟁을 통해 공훈을 얻으려는 중·하급 장교들의 내부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 내부 상황도 전쟁 유인 요소로 꼽힌다. 부동산 버블 붕괴, 지방 부채 급증, 청년 실업 장기화, 성장률 구조적 둔화 등이 거론된다. 권위주의 정권이 국내 경제·통치 위기에 직면할 때 외부 분쟁을 통해 내부 단결을 도모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된 패턴이다. 양안 관계 전문가들은 “2027년 경제 상황이 악화된다면, 무력 통일은 시진핑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출구전략’ 중 하나”라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진핑 개인의 정치 일정이다. 시진핑은 지도자 임기 제한을 사실상 폐지하고 3기 집권에 성공했다. 2027년 중국 공산당 21차 전국대표대회 전후로 4기 집권을 이어가기 위해선 ‘역사적 업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집권 장기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대만 문제 해결’이라는 정치적 약속을 당내에 이미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따라서 2027년 전후는 그의 정치적 야심과 직접 연결된 시점으로 해석된다.
‘2027 무력 통일론’을 단순한 공포 조장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는 정보·군사·지정학 분석이 교차한 객관적 위험 시점으로 국제사회에서 이미 공유돼 왔다. 대만 내 전문가들은 “대만이 전쟁 준비를 강화하는 것은 결국 전쟁을 막기 위한 억지력 확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동시에 ‘협상·위기관리(off-ramp)’ 능력도 국방의 일부로 간주해야 한다. 강력한 억지력이 상대방의 도발을 주저하게 만들고, 신뢰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통제를 벗어난 확전을 막으며, 정치적 탈출구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타협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는 명언과도 맞닿아 있다.
대만이 2027년을 대비한다는 것은 전쟁을 원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전쟁 준비’와 ‘협상 준비’는 대만이 생존·자유·번영을 지키기 위한 두 개의 축이며,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
K-DEFENSE NEWS | Strategic Analysis Desk